6.

뮤지컬 | 지킬 앤 하이드

이데 2019. 9. 1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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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9 09 14 19:00

1-1. 이날이 하이드 생일이라면서요? 정확히 말하면 20초쯤 전이긴 하지만 기록은 자정이기 때문에 이때가 생일이라던 전동석 지킬.


2. 공연은 내가 본 공연 통틀어서 손에 꼽을 만큼 좋았다. 이 공연을 보러 간 내가 대견하면서도 이 엄청난 공연을 이렇게 단 한 순간도 붙잡을 수 없음에 안타까워 미칠만큼 좋았다.


3. 전동석 지킬이 진짜 역대급으로 캐릭터가 좋았고 지킬과 하이드 관계에 있어 서사도 완벽했음.


4. 이날 스케쥴은, 전동석 지킬, 이정화 엠마, 아이비 루시.


5. 전동석 지킬 앤 하이드가 진짜 미쳤다고 밖엔 할 말이 없음.

5-1. 일단 전동석 지킬은 댄버스 경이 정말 자기 아들처럼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런 캐릭터였다. 솔직히 류지킬이나 조지킬 같은 경우엔 댄버스 경이 자기 사위로 정말로 탐탁치 않아 하는 느낌이었는데(ㅋㅋ) 동지킬은 애가 너무 참하고 착하고 예쁘다. 정이 가고 챙겨주고 싶다. 왜냐하면 정말로 아버지에 대한 애정으로 아버지를 살리고 싶어하고 또 인간 사회에 대한 애정과 희망이 있는 착한 사람이라서. 그리고 애가 사회성도 있다. 애가 좀 실험을 열심히 하느라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편이긴 한데 그래도 기본적으론 사람에 대한 이해가 있음. 아무튼 댄버스 경이 정말 아들처럼 애정을 가지고 대해줄 지킬이라 너무 신기했음.

5-2. 이사회 씬에서 무릎을 꿇고 이사회 사람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것도 너무 참했다. 정말 이사회 사람들을 설득하려고 하는 모습이었다고 할까.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그들의 일말의 양심을 믿고 희망을 버리지 않고 간절한 마음으로 믿어보려 하는 게 안타까우면서도 정말 참했다. 그들이 실제론 환자에 관심없고 위선적인 인간이란건 알지만 그들의 사회적 위치와 권력을 이해하기 때문에 무릎 꿇고(절박한 심정으로) 그들의 마음을 어떻게든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착한 방법으로 그들을 설득하려는 모습이 좋았다.

5-3. 엠마랑 관계도 꽁냥꽁냥 예뻤던 거 같음. 이정화 엠마 진짜 좋았다. 되게 단단한 여성인데 지킬을 정말 사랑도 했던 거 같음. 근데 의외로 케미가 넘치거나 하진 않았다. 사실 엠마는 지킬이 죽어도 굳건히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게 매력포인트이긴 한데, 정화엠마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면서도 마지막에 지킬 죽으니까 되게 슬퍼했다. 근데 또 동지킬 정도면, 그런 애인이 죽으면 슬플 거 같긴 하다.

5-4. 전동석 지킬이 연기도 되게 잘했던 게 뭔가 어정쩡하거나 어설픈 관계가 없이 모든 인물들과 관계에서 일관성 있으면서도 분명한 관계가 성립되어서 그랬던 듯. 보면서 저 지킬과 저 하이드가 왜 저런 선택을 하는지 웬만하면 다 납득이 갔다.

5-5. 지킬이 루시를 만난다. 이때 확실히 루시라는 인물에, 그 분위기에 흔들리긴 하는 거 같다. 근데 명백하게 사랑은 아니라서 루시가 사랑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니까 바로 거기서 빠져나온다.

5-6. 그래놓고 자기도 결국 위선자라고 깨닫고 나한테 실험을 하면 되겠다! 라고 마음먹음. 그러면서 부르는 노래가 지금이순간. 사실 나는 지금이순간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건 내가 그 다음 장면과 곡을 좋아하기 때문일 뿐이다. 근데 동지킬이 자기한테 실험해야해 하고 지금이순간을 부르는 순간까지 뭔가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되게 깊게 느껴져서 신기했음. 처음부터 정말 이 지킬은 아버지를 깊게 존경하고 사랑했던 사람이었음. 그래서 자기에게 실험을 하게 되는 것도 마침내 길을 찾은 것 같아보이고 그랬던 듯.

5-7. 약물 투입하고 하이드로 넘어가기 전에 막 콩콩 뛰기도 하고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서 마약 이라고 쓰기도 하고 그랬다.

5-8. 지킬과 하이드의 거의 완벽한 구분이었다. 기술적으로, 그러니까 목소리가 정말 다르다. 거의 모든 장면에서 혼재 없이 완벽하게 구분해낸 듯.

5-9. 하이드도 정말 좋았다. 딱 동지킬에서 나온 그런 하이드였다. 그래서 서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건데, 동지킬이 느끼는 이 사회의 위선을 비꼬고 벌하고 싶어하는 그런 하이드였음. 여기서 막 더 미친듯이 나아가지는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는 했다. 절대 악이라든가 미친 느낌은 좀 덜한다는 얘기. 근데 동지킬이 담아두고 눌러뒀던 하이드임은 분명했음.

5-10. 얼랍 1,2 넘버 완벽. 이 배우가 종종 고음 부분에서 샤우팅을 하기도 하고 했는데 그런 거 없이 완전 묵직하게 무겁게 때린다. 하이드는 그런 맛이 엄청 좋았음.

5-11. 정말 놀라웠던 건 덴져가 정말 덴져했다는 거다. 솔직히 몇 번의 지앤하를 봤는데 내가 본 중에 제일 만족스러웠던 덴져였음. 엄청 야하고 섹슈얼하다기 보단 강하고 억압하는 덴져였다. 맞받아치는 아이비 루시도 약하지 않게 쳐내서 정말 즐거웠다. 그리고 계속 칭찬하지만 넘버를 소화하는 것도 하이드일 땐 굉장히 힘있게 때리기 때문에 너무 즐거웠음.

5-12. 루시한테 도망가야 한다고 편지를 전해달라고 하는 지킬이 무슨 마음이었을지 절절하게 이해가 가는 지킬은 진짜 처음이었던 거 같음. 어떻게든 루시를 살리고 싶어하는 지킬이니까. 그리고 정말 계속 말하지만 그래서, 인간 한명 한명에게 애정이 느껴져서 댄버스 경이 사랑하는 이유도 이해가 가고 어터슨이 계속 친구로서 보살펴 주는 것도 너무나 이해가 가는 지킬이다. 평소에 댄버스 경한테도 잘했을 거 같고 어터슨한테도 잘했을 것.

5-13. 아이비 루시 넘버 소화가 생각보다 다 괜찮았고 특히 뉴랖은 좋았음:

5-14. 근데 그 다음에 하이드 등장. 루시가 떠난다고 하니 화가 난 거 같진 않았고, 벌을 주려고 했던 느낌도 아니었고 상처받은 것 같지도 않긴 했는데, 여튼 이 부분에서도 넘버 소화가 좋았다. 사실 원래 이 넘버를 아주 아주 아주 많이 좋아하는데, 동하이드는 마지막에 나른해져 이 부분을 아주 저음으로 소화해서 즐거웠음.

5-15. 컨프론. 와우. 컨프론에선 개인적으론 지킬이 더 좋았는데, 일단 정말 단 한순간도 지킬과 하이드가 섞이지 않았다는 게 대단했다. 그래서 지킬이 웃음짓는 부분이 정말 소름끼쳤다. 그리고 지킬은 정말 절박했다. 하이드는 꿈틀꿈틀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지킬은 이제 제발 떨어지라고, 그러나 애원은 하지 않고 비굴하지도 않게 맞서는 느낌. 하이드일 때는 막 자기 스스로를 때리기도 하고 그러던데 그게 더 역동적이면서도 폭발하는 느낌이었던 듯.

5-16. 정말 대립각이 어마어마했던 컨프롱이었던 듯. 보는 내가 진빠질 정도로.

5-17. 결혼식 장면도 되게 좋았다. 결혼식 때 그렇게 듬직한 느낌 나는 지킬이라니. 지킬이 지치기도 했고 더 이상 승산없다고 생각한 부분도 있을 거 같긴 한데, 뭔가 끝까지 나는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 같아서 멋있고 좋았음.

5-18. 이런 지킬이라면 엠마가 사랑할만하지.


6. 오랜만의 공연관람이 풍족하고 만족스러워서 아주 즐거웠다.


7. 전동석, 아이비, 이정화 배우의 막공이라 무대인사가 있었다.

7-1. 전동석 배우가 되게 자연스럽게 마이크를 잡길래 오- 했는데 아이비 배우가 자기 인터뷰 차례되면서 한마디를 했는뎈ㅋ (전동석 배우가) 재미는 없다고ㅋㅋ 그리고 정말 전동석 배우 소감 얘기할 때 들어보니 재미없더라.

7-2. 무대인사는 오케스트라 센스가 재밌었다.

7-3. 아 무대인사 시작할 때 관객들 앉혀줘서, 동지킬 그건 좋았다.


8. 동지킬 정말 좋았다. 이 배우의 공연을 본 적이 몇 번 있었어서 솔직히 큰 기대를 안 하고 갔었.. 근데 이렇게 완벽한 지킬 앤 하이드를 볼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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