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엄청 최근 영화인 시빌워 봤다. 원래 영화관에 보러갈까 하다가 시간이 안 나서 스트리밍 풀리자마자 봤음. 웨이브에 풀렸다.
미국이 동부와 서부로 분열되어 내전이 일어난다는 이야기로, 전쟁이 왜 일어나게 된건지는 자세하게 나와있지 않지만 대통령이 이상하다. 아마도 보수와 진보 간의 다툼인 거 같은데, 미국이라는 나라가 처한 지금의 상황, 그러니까 정치적으로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반영하여 극화시킨 것이 아닐까 싶다.
주인공인 '리'라는 유명한 여성 사진 작가(커스틴 던스트)가 뉴욕에 있다가 대통령이 있는 워싱턴으로 가서 대통령을 인터뷰 하려고 한다. 사실상 이때 이미 대통령측인 동부군이 거의 패배하는 상황이고 서부군이 워싱턴까지 밀고 들어간 상황이다. 그래서 뉴욕에 있던 기자들이 대통령의 종말을 보기 위해 워싱턴으로 가고자 했다.
그 과정에서 같은 언론인 조엘(와그너 모라)과 함께 가려고 하는데, 새미(스티븐 헨더슨)라는 나이가 있고 다리가 불편한 언론인이 함께 가자고 한다. 위험한 상황이 펼쳐지겠지만 그래도 다 같은 언론인이기 때문에 가고자 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함께 가자고 한다. 그리고 이 여행에 제시(케일리 스패니)라는 어린 여성 사진작가도 함께 하게 된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내전으로 인해 무너져 내린 마을들과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틈틈이 내전의 모습도 보여준다. 엄청난 전투씬이 나오지는 않지만 소규모 전투 장면을 통해 사람들이 죽어가는 모습과, 특히 나에게 총을 쏘는 사람이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모를 상태에서 대치하며 긴장감을 고조하는 장면들이 나오면서 전쟁의 참혹함과 허무함을 보여준다.
중간에 조엘의 친구들인 홍콩계 미국인들이 같이 합류하게 되는데, 이들은 한 마을을 모조리 도륙한 군인들을 만나게 된다. 문제는 이 군인들이 누구의 명령도 받고 있지 않아보이는 것이다. 이미 전선은 워싱턴으로 옮겨갔는데 그곳과 떨어진 곳에 남아서 총기로 무고한 이들을 학살하고 있었다. 새하얀 백인 군인이 이 언론인들에게 너네는 어떤 미국인이냐고 묻는다. 미국인이 그냥 미국인이지 어떤 미국인이냐니. 그 질문 앞에서 상식적인 조엘은 괴로워한다. 결국 그들은 각각 자신의 출신을 이야기한다. 주인공들은 중부 미국인들이었다. 그리고 함께 갔던 아시안계 언론인들은 그 자리에서 사살당하고 만다. 다행히 다른 이들은 새미의 도움으로 무사히 그 위기 상황에서 빠져나온다. 하지만 새미는 죽는다.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은 서부군을 만나 함께 워싱턴까지 입성하여 결국 백악관에 들어간다.
여기서 리가 죽는다. 제시를 구하다가 리가 죽는다. 리는 제시를 뒤로한채 군인들과 함께 대통령이 있는 곳으로 들어간다. 대통령은 마지막에 살려주세요 라는 말을 남기고 서부군의 총에 맞아 죽는다. 이때 대통령은 전형적인 백인 나이든 남성이고 그를 사살하는 이가 흑인 젊은 여성이라는 구도가 굉장히 강렬하게 다가왔다.




영화 자체는 영상 구도가 상당히 사진적이다. 사진의 한 장면 같은 정적인 느낌과 새로운 구도의 연출들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주인공인 두 여성이 모두 사진작가이기 때문에 이 두 사람의 카메라로 찍힌 사진들이 영상 곳곳에 나오는 것도 인상적인 모습이었다.
감독이 정확히 어떤 부분을 우려해서 미국 배경인 이런 영화를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인으로서는 상당히 이와 유사한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달까. 특히나 12월에 의회에 무장한 군인들이 쳐들어오고 1월에 폭도들이 법원을 쳐 들어온 한국의 입장에서는 이런 폭력적인 분란 상황이 꽤나 어색하지 않게 다가오기도 했다.
그러나 결말은 같을 것이다. 폭력을 준동하고 사적 이익을 위해 사람의 인권을 밟는 이들은 지성과 상식에 의해 그 끝을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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