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Fish Don't Exist
Lulu Miller
<스포있음>
꽤 유명한 책인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라는 책을 읽었다.
처음에 제목을 봤을 때부터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싶었다. 그런데다 책분류가 400번대(순수과학 분야)라 더 이해가 안 갔는데 읽는 중반까지도 왜 이 책이 유명한지 혹은 왜 이 책이 400번대로 분류된건지 이해를 못했다. 그리고 뒷부분부터는 엄청난 반전이 있었음.
책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어류학자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한다. 작가는 자신의 멈춰버리고 싶을 만큼 힘든 삶을 지탱하기 위해, 끈기있게 물고기를 찾아내고 이 생물들을 분류하는 삶을 살아온 데이비드의 업적을 돌이켜보며 삶에 대한 지혜를 깨달으려 한다.
데이비드는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본인의 삶을 살아갔던 인물이다. 아내를 잃고 나서도 다시 일어서고 자신이 모아온 샘플이 다 부셔져도 어떻게든 그 샘플들을 다시 보전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그는 점점 학자로서 더 명성을 얻게 되고 금전적으로도 성공하게 된다. 하지만 그때쯤부터 작가는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학자로서 이 세계에 혼돈 그 자체로 존재하는 생명들에게 이름을 주고 계층을 나누려는 그의 행위가 종 차원을 넘어서더니 종국에는 인간에 대해 우생학적 접근을 시도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혼돈 속에 위계질서를 억지로 부여하려는 행위가 얼마나 기만적인지에 대해 깨달으며 혼돈이 가지는 다양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은 우리의 삶 자체를 온전히 의미있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바다에 살고 물고기 모양이어서 물고기라고 불릴 만한 '어류'는 분기학적으로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한다. '어류'에는 사실상 종의 대부분이 포함되는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어류를 바탕으로 우생학을 옹호하던 관점을 만들어낸 데이비드의 사상은 잘못된 것이다. 이 책은 이를 고발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유명했던 만큼 스탠포드 대학에서 학장도 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로 남아있었다가 이 책이 출간된 이후 그의 이름이 붙은 스탠포드 대학의 건물 이름이 바뀌었다고 한다.
솔직히 분기학이나 분류학 부분에서 완전히 이해를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어쨌든 데이비드를 성공 궤도에 올리고 그가 인생을 바쳐서 연구한 내용이 실상은 사실이 아니었다는 것을 통해 그가 주장하던 우생학 역시도 오류가 가득할 수밖에 없었다는 내용이 작가가 밝혀낸 부분이었다는 건 알겠음.
과학책인데도 소설책이나 수필 읽듯이 읽을 수 있는 책이고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상당히 철학적인 부분과 닿아 있어서 이런 분야에 관심있는 사람들도 읽어볼 만한 책이었다. 반전 이후부터는 몰입감도 좋고 미국 사회가 우생학이라는 명목으로 자행한 비인간적 행위에 대한 사회고발적인 내용도 있고 그들의 피해를 통해 우리가 깨달아야 하는 내용도 있어서 의미가 있었다.
읽어보니 왜 유명한지 알겠는 책이었다. 시간들여서 읽는 거 추천.
'3. 독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 서부 전선 이상 없다 (0) | 2023.03.08 |
---|---|
책 | 차이에 관한 생각 (0) | 2023.02.17 |
책 | 디자인의 디자인 (0) | 2023.02.01 |
책 | 우주시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0) | 2023.01.04 |
책 | 눈물을 마시는 새 4. 왕을 찾아 헤매는 인간 (0) | 2022.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