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G_E (2023)
- 평점
- 6.2 (2022.01.01 개봉)
- 감독
- 연상호
- 출연
-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 이동희, 한우열, 엄지원, 윤기창, 이가경, 신민재, 박충환, 김선혁, 이현균, 박소이, 전정일
<스포주의>
https://youtu.be/LCxnmfdxJ6s
넷플릭스에서 영화 정이 봤다. 여러가지 감상이 있는데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아쉽다. 별로라거나 그렇다기 보다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그런 영화였다.
미래의 지구. 기후 변화로 한국이 물에 잠겨있는 모습.
지구에서 살기 어려워진 인간들은 지구 바깥 우주 공간에 인공 정착지를 만든다.
그리고 이 중 몇 지역에서 반란이 일어나고 지구는 이들과 대항해 싸운다.
지구에서는 특히 이 전쟁에서의 물자 생산을 담당했다. 그 중에서 크로노이드라는 회사에서는 전설적인 용병 '윤정이 팀장'의 뇌를 스캔해서 전투 ai 를 개발하고 안드로이드 로봇으로 제작해 상용화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이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한다.
인간의 뇌와 비슷한 형태를 만들어서 안드로이드 로봇에 삽입하는 방식이 나온다.
그리고 이 테스트를 진행하는 윤정이 팀장의 딸, 서현.
윤정이 팀장이 용병으로 전쟁을 나간 이유가 사실 폐암에 걸렸던 딸 서현의 수술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딸의 수술날 나간 전투에서 적에게 공격을 받고 의식 불명의 상태가 되어 지구로 돌아온다. 이때 크로노이드 사에서 정이의 어머니에게 정이에 대한 권리를 다 넘기면 식물인간이 된 정이의 병원비나 서현의 모든 수술비를 다 제공하겠다고 약속한다. 그렇게 정이의 초상권 및 모든 권리가 크로노이드사로 넘어가게 된 것.
계속 실험을 하면서 ai 및 안드로이드의 역량을 키워나간다.
하지만 전쟁이 급작스럽게 마무리가 되고 정이를 형상화한 용병 로봇 개발에도 차질이 생긴다. 크로노이드 회장은 서현에게 용병 로봇은 이제 필요없으니 테스트도 그만해도 된다고 한다.
그러던 중 서현은 정이가 용병 로봇 대신 다른 목적(...성적인)을 위한 상품으로 상용화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 부분 진짜 개짜증나고 개역겹고, 근데 너무나 현실적이라 더 개빡치고 개더러움)
그 사실에 충격을 받게 되고 정이에게 크로노이드에서 벗어나 자유가 되라고 말한다. 그렇게 정이는 실험실에서 탈출한다.
사실 줄거리는 그렇게 별 게 없다. 다만 디테일한 설정값들이 꽤 괜찮다.
정이의 뇌를 그대로 구현해서 테스트를 해보는데, 정이를 가장 강하게 만드는 것은 '모성애'였다. 그러고 보면 영화 승리호에서도 그렇고 이번 영화 정이에서도 그렇고 우리나라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되게 절대적이고 강력한 것으로 묘사하고자 하는 성향이 있는 것도 같다. 그게 사실일 수도 있고. 아무튼 그래서 정이의 전투력을 극대화시키는 부분은 모성애라는 거.
사실 이 부분만 보면 그렇게 특별할 게 없다. 그런데 이 실험을 총괄하는 사람이 서현이었고 마지막에 서현이 정이를 풀어주면서 이 모성애 부분을 완전히 제거한다. 딸이 엄마를 복제한 로봇을 위해서 엄마의 모성애를 제거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상당히 의미있게 다가왔다. 정이가 용병으로 나간 것 부터가 모성애의 발현이었고 그 후에 인공지능화되고 안드로이드화 되면서도 항상 그 모성애는 살아있었다. 그리고 서현은 그런 정이에게 온전한 자유를 주고자 마음먹고 이때 한 선택이 정이를 인간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이 뇌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영역인 모성애마저도 제거하는 것이었다.
영화를 보다보면 알겠지만 정이의 수행능력을 테스트할 때 항상 실패하는 지점이 하나 있는데 그 부분이 바로 모성애가 발현하게 하는 지점이다. 마지막 전투날 서현이 엄마 정이에게 작은 인형을 하나 준다. 그리고 그 날 정이는 그 인형을 잃어버린다. 그 상태로 전투를 진행하다 정이는 서현이 준 것과 비슷한 인형에 한눈을 팔고 그 순간 적에게 공격을 당한다. 많은 테스트를 했지만 항상 정이가 막혔던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그래서 서현은 그 지점을 제거한다. 온전히 정이가 정이로 살 수 있도록.
그리고 상훈이라는 캐릭터가 나온다. 처음에는 너무 촐싹대고 재미없고 불필요한 발언들을 나열해서 짜증났는데 사실상 마지막 액션을 위한 빌런이라 존재는 이해가 갔다. 다만 그 쓰임새는 상당히 아쉬웠음.
상훈은 이 테스트의 담당자면서도 크로노이드 회장의 안드로이드 로봇이다. 본인은 로봇인 줄 모르고 살지만 알고 보면 회장이 자기의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항상 회장의 눈에 들기 위해서 노력하며 살다가 회장이 이 사업을 접을 거라는 걸 알고 낙담하다가 마지막에는 본인이 로봇이라는 사실을 알고 절망한다.
일단 상훈이라는 캐릭터는 너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한다. 이 캐릭터에 쓰여진 시간만 좀 덜 들였어도 영화는 훨씬 잘 빠졌을 정도로. 물론 이 영화에서 상훈을 통해서 하고자 했던 이야기는 아무리 온전히 자기 자신을 구현해놓은 ai가 들어간 로봇이라 하더라도 인간 자체가 대체될 수는 없다는 그런 이야기였던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개그 같은 것들이 너무나 억지스러웠다.
그리고 난 마지막에 상훈이가 회장을 죽이려 들 줄 알았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반영시켜 구현해놓은 로봇이 인간 본체에게 대항하는 그 순간이 엄청 짜릿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그런 방향이 아니라 본인의 분노를 온전히 정이에게만 쏟아부어서 좀 짜증도 나고 이 설정을 저렇게 밖에 못써먹나 싶어서 매우 아쉬웠다.
1시간 50분 정도 되는 분량 속에서 부수적인 것들은 배제하고 조금 더 다이렉트로 진행됐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정이 프로젝트가 폐기된다는 사실이 차라리 초반에 나오고 이에 서현이 빠르게 분노하면서 정이가 이 실험실을 탈출하는 장면까지 중반으로 나오고 마지막에 크로노이드를 완전히 산산조각내는 것까지 나왔다면 정말 속 시원하고 재미있는 액션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정이 자체는 이미 인간 윤정이에 대한 전산화된 소스들이 너무 많이 공개되어버린 상태라 윤정이 팀장이라는 사람은 죽어도 자유가 아닌 상태가 되어버렸다. 모든 사람의 기억 속에서 혹은 현실 삶 속에서 어떠한 형태로든 남아버린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마지막에 탈출하는 외형이 인간보다는 로봇에 가까운, 그러면서 모성애를 지운 정이의 인공지능을 가진 새로운 정이는 인간 윤정이 팀장은 아닌 새로운 존재가 되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철저하게 여성들의 이야기다. 여성 인물들이 메인이고 그 메인 캐틱터들의 삶과 감정이 이 이야기의 모든 것이다. 그 이야기가 비단 개인적인 모녀관계에만 머무르는 것도 아니다. 정이-서현의 관계가 역전되면서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가 섞인다. 생물학적 엄마가 딸에게 생명을 주고 또 살게 해준다. 그리고 그 딸이 엄마를 로봇으로 붙잡고 있다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 누구의 엄마도 아닌 새로운 존재로 만들고 지켜낸다. 실제 여성이 생명을 잉태하는 것과는 다르게 기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던 특정 성별의 창조자와 피조물의 관계가 여성의 온전한 몫으로 표현된다.
또 한편으론 인간 종이 인공지능과 안드로이드형 로봇을 개발하게 된다면, 인간을 복제하려고 한다면 마주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을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여배우들의 대단한 연기력이 빛난다. 강수연, 김현주 배우의 차분하면서도 섬세한 톤이 전달하는 묵직하면서도 다채로운 감정들이 좋았다. 특별 출연으로 나온 엄지원 캐릭터도 순간이지만 강렬했다.
이 감독이 넷플릭스 지옥 만든 감독이라는데, 그래서 차라리 이 영화도 3부작 정도로 풀어서 갔더라면 더 괜찮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앞에 설정값을 너무 푸느라 크로노이드를 처치하지 못한 게 아쉽다.
그래도 멋진 한국 여성 배우들이 나오는 화면 구성 완성도 높은 sf 물이라 보는 거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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