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독서

책 | 숨

이데 2022. 11. 10.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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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_ 테드 창
EXHALATION _ TED CHIANG



 

엄청 유명한 sf작가 테드 창의 '' 이라는 책을 읽었다.

솔직히 책은 생각보다 너무 어려워서 이해가 잘 가진 않았는데 그 와중에도 전체적인 이야기를 통해 느껴지는 작가의 상상력이 인상적이었고 언뜻언뜻 이해되는 작가의 가치관이 흥미로웠다. 

 

책은 500페이지가 넘어 꽤 두꺼운 편이고 단편 9개로 구성되어 있다. 

 

1. 상인과 연금술사의 문

첫번째 이야기는 아라비안 나이트 배경의 이야기로 타임머신에 대한 이야기다. 타임머신에 대해서 작가들마다 각자 다른 여러 이야기들이 각자 다른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이 단편에서는 타임머신이 있다고 해서 과거를 바꿀 수 있거나 그로 인해 미래도 바뀔 수 있는 설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인물들이 각자의 이유와 의지로 과거를 가기도 하고 미래를 가기도 하고 서로 만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기도 하고(혹은 시궁창으로 밀어넣기도 하고) 하는 모습들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2. 숨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단편. 굉장히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간의 흐름이 느려지고 그 이유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나온다. 근데 그게 엄청난 모험이라기 보다는 자기 뇌를 스스로 해부하면서 기계적인 결함(?)을 찾아내고 그 과정을 통해 무언가의 변화를 이해하게 되는 것. 

 

3. 우리가 해야할 일

정말 짧은 단편인데 꽤 인상적이었다. 이것도 시간적인 측면에서 생각할 여지가 있는 것 같은데, 모든 일이 이미 정해진 바라면 자유의지는 무엇인가 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내용이었다.

 

 

4. 소프트웨어 객체의 생애 주기

소프트웨어 상의, 그러니까 온라인 상에서 가상의 애완동물 같은 걸 만들어내는데 그 애완동물이 현실 세계에서 유전자가 랜덤으로 결합되듯이 이 애완동물도 랜덤 결합에 의해 형성된 그런 존재인 거 같았다. 그리고 이런 가상의 존재와 현실의 인간들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어떤 감정을 쌓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모습이 나온다. 인간이랑 가상의 애완동물(나중에는 형체도 가짐) 사이의 관계가 피상적이지 않은 수준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면 그때 둘 사이의 관계의 진실성에 대한 이야기였던 듯. 

 

5. 데이시의 기계식 자동 보모

처음부터 보호자가 인간이 아닌 기계라면 기계 보호자 아래에서 보호받고 성장한 인간은 과연 인간과 인간으로서 소통할 수 있을까 에 대한 이야기였다. 

 

6. 사실적 진실, 감정적 진실

기록에 대한 이야기였다. 두 가지 이야기가 각자 진행되는데 하나는 말만 있고 글자는 없어서 기록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고 하나는 모든 것을 영상으로 기록하는 사회에 대한 이야기였다. 

두 이야기를 통해서 하고 싶은 말은 그래서 진실이라는 걸 다 아는 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하는 거였던 듯. 그렇다고 진실을 외면하고 네가 살고 싶은대로 살라는 안하무인의 이야기는 아니고 모든 걸 의심하라는 극단적 회의주의의 이야기도 아니다. 다만 당신이 진실이라고 믿는 것이 사실로서 진실이 아닐 수 있으며 사실로서 진실이 꼭 사람의 삶을 진정으로 사람답게 하는 것도 아니라는 이야기.

 

7. 거대한 침묵

이 이야기도 짧은 단편이고 화자가 앵무새다. 우주의 또 다른 생명체와 교신을 시도하는 인간이 정작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지구 생물인 앵무새는 멸종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을 앵무새의 관점에서 관대하게 이해하고 있는 내용이다. 

 

8. 옴팔로스

신의 존재를 믿던 사회가 신의 존재를 의심하는 과정으로 넘어가는 그 흐름 속의 이야기다. 

신을 벗어나 마침내 한 인간이 스스로 서 있는 방법을 찾아낸 이야기. 종교가 있는 사람이라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뭔가 홀로 서 있음에도 그 홀로 서 있음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개인적으론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고 좋았다. 

 

9. 불안은 자유의 현기증 

멀티버스에 대한 이야기로 '각자 다른 세계의 '나'와 소통할 수 있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될까, 그들은 서로 삶을 비교할까, 서로 협력할까' 에 대한 이야기였다. 어떤 사람은 소통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별 관심없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다른 멀티버스의 '나'보다도 더 잘 살고 싶어하기도 하고 등등의 다양한 모습이 나온다. 그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 이해에 있어 중요한 것은 현재 자신의 삶이다. 사람은 자신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에 책임감을 가지는 모습을 통해 더 인간으로서 성장할 수 있으며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 

 

 


 

흥미의 측면에서 봐도 기발한 이야기들이 많고 소재도 공상과학적인 부분이 많아서 이런 종류의 책을 찾고 있었다면 읽어볼 만 하다. 이와 더불어 인간 삶에 대해서 너무 냉정하거나 시니컬한 논조도 아니어서, 어찌보면 상당히 따뜻한 편이라 그런 부분에서도 읽기에 편하고 좋았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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