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캡틴 마블
재미있는데 뭔가 맹맹한 느낌.
줄거리는 너무 단조롭지 않게 깔끔한 편이다. 워낙 비현실적인 일이다 보니 현실과 괴리가 많지만 그 점을 감안하고 본다면 줄거리에 큰 비약이 있거나 한 건 아니다. 묘하게 장면 장면이 매끄럽게 연결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느낌은 있긴 했다.
캡틴 마블이라는, 캐롤은 캐릭터가 좋은 편이다. 여성이 겪었던 과거의 차별을 반추하면서도 거기서 여성으로서 일어서는 정도가 아니라 정말 메타 휴먼으로서 강한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도 좋다. 굳이 강한 ‘여성’ 자체를 강조하는 게 아니라 ‘강한’ ‘인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좋다.
그리고 주요 인물들이 거의 성비가 반반 정도인데다 굳이 따지면 여성이 더 많이 나오는 거 같은데, 그런 점에선 ‘여성’이라는 성별을 가진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충분히 그동안 우리가 흔히 알던 ‘남성’ 히어로 무비가 추구하고자 했던 인간사를 그려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 있지 않았나 싶다.
암튼 캐롤은 쎄다. 액션이 그렇게 좋았다고는 말하기 힘들고 장면 연출이 매번 좋았다고도 말하긴 힘든데 그래도 강한 여성이 웃으면서 싸우는 모습은 꽤 재밌었다.
그리고 남녀가 만나서 같이 돌아다니지만 사랑으로 얽히는 게 아니라 그냥 우정으로 얽히는 것도 좋았다. 남녀가 서로 적으로 얽히는 모습도 좋았고. 여여 우정도 좋았고 또 이모(진짜 이모라기 보단 엄마 친구?)-조카 관계도 좋았다.
주드로가 맡은 욘로그라는 역할이 뭐하는 캐릭턴가 했는데 꽤 마음에 든다. 뭔가.. 맨스플레인 같은 걸 비꼬려는 듯한..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나름 선배고 경력자랍시고 캐롤을 통제하려 하는데 거기서 캐롤이 완전히 벗어나서 마지막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가지고 놀 때 쾌감이 든다.
근데 그래도 주드로라는 배우가 워낙 매력적이어서 그런지.. 욘로그와 캐롤 관계는 좀 매력적이다. 엄청 다정한 말(?)들을 늘어놓고 특히 현재 캐롤 몸에 피는 욘로그 피라고 하는데.. 근데 나중에 완전 역전당해서 거의 토이 취급 당하는 게 흥미롭다.
몇몇 지점에선 확실히 페미니즘 요소를 가졌다고 할 만한 부분들이 있긴 한 거 같다.
맹맹한 느낌은 알게 모르게 비어있는 듯한 화면 연출에서 기인한 듯 싶다. 좀 더 촘촘하게 진행하면서 속도감을 살려줬어야 했던 부분들이 보여서 그런 점에선 아쉽다. Cg도 완전.. 솔직히 마블이 돈을 그렇게 벌었는데 cg 이렇게 하면 안 된다. 엉망이라고 해도 될 정도였다. Imax 아니고 일반관이었는데도 별로였다.
그래도 다 보고 나니 인피니트워1 때는 막막했던 감정들이 좀 내려가고 엔드게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