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관상
오랜만에 영화 관상을 다시 봤다.
2013년 영화였다고 한다. 몰랐는데 생각보다 꽤 오래전에 나온 영화였다. 그럼에도 이야기 진행이 촌스럽지 않고 그러면서도 여러 애환이 무겁고 질척하게 얽힌다. 재미있기도 하고 잘 만든 영화이기도 한 거 같다.
소재 자체도 굉장히 ‘오리엔탈틱’하다. 거기에 한국 영화의 개그 감성과 한국 역사 중 하나의 소재를 골라서 정말 잘 엮어 만든 영화다. 외국에 잘 팔아서 흥행하면 좋겠다.
이 두 사람의 관계나 담화가 개그로 많이 승화된다. 그렇다고 이 캐릭터들이 개그로만 사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관객은 영화 전체를 통해서 웃음을 유발하는 이 캐릭터의 성질이 이야기를 어떻게 비극으로 끌어가는지 확인하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관객으로서 실제 인간 삶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은 현실감을 안겨준다.
한국적인 정취가 한 컷 안에 들어온다. 그리고 인물을 한 구도와 배경으로 설명한다.
깔끔하고 단아하면서도 우아하고 정갈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리고 뒤에 펼쳐진 나무는 무성하다.
두 사람을 번갈아 보여준다.
수양의 등장 장면은 멀리서 걸어오는 것부터 해서 맹렬한 개의 모습까지 연출 자체도 강렬하지만 음악도 한층 위압감을 더한다. 그리고 여기에 수양을 보는, 하필이면 왕의 죽음 이후에 진짜 수양을 보는 김내경의 여러가지 복합적인 감정을 수양의 등장과 번갈아가며 보여줌으로서 수양을 더 강렬하고 무섭게 그려낸다.
이정재 웃는 게 예쁜데..
수양은 김내경에게 자신이 왕이 되겠노라 행동으로 짐짓 말한다. 그리고 김내경은 수양이 어떤 일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인지 파악하고 이를 막고자 한다.
이 이야기의 가장 묘미는 결국 내가 쓴 꾀에 내가 당한다는 사실 아닐까. 설사 그것이 옳은 일을 위한 것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떻게든 운명을 거스르고자 인간의 힘으로 아둥바둥한들 그 움직임의 반동으로 운명에 일각 더 빠르게 가까워져 버렸다는 사실. 그 어쩔 수 없는 한 인간사를 이 영화에선 자신의 기막힌 이야기로, 그들의 감정을 화면으로 잡아내어 보게 한다.
우리나라 사극 장르 영상의 좋은 점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이 영상으로 남는다는 것이다.
아무튼 재미있게 봤고 외국인들도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