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PMC 더 벙커
결과적으론 재미있게 봤다. 더 테러 라이브도 재밌게 봤었는데, 비록 전작이랑 비교하면 좀 다르긴 하지만 여하튼 그 특유의 느낌도 좋았고 극본에서 추구하는 내용도 개인 취향이랑은 잘 맞았다.
줄거리 자체는 엉성한 편이다. 연결은 되어있는데 촘촘하진 못하다.
사실 그래서 전작이랑 비교가 되면서 좀 아쉬운 부분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전작은 굉장히 장소가 제한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절제미와 감정폭발의 조화가 좋았고 이를 통해서 긴장감을 극대화했는데 이번에는 장소가 훨씬 넓어서 그랬는지 약간 인물 자체에 대한 묘사라든가 혹은 여러 인물이 나옴에도 인물들 간의 관계에 대한 묘사는 거의 포기한 수준이었던 듯. 이럴 거면 아예 엉성한 감정선은 다 지우고 대신 주인공 두 남자와 각 나라 간의 대립각만 촘촘하게 가면서 액션만 이만큼 끌어갔어도 재미있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에이헵의 과거랑 현재 에이햅의 다른 동료 멤버들에 대한 여러가지 감정선들이 너무 얕고 넓게 표현되서 오히려 전체 작품에 방해가 되는 수준이었다는 말이다. 아니면 아예 이 부분을 살리려고 했다면 북한(이선균 캐릭터를 하정우 캐릭터가 그냥 북한이라고 부른다)이랑 에이헵의 감정 관계를 단순화했어야 했다. 근데 확실히 이 작품이 지향하는 바는 후자는 아니라서 그렇게 될 일은 없었을테고.
그래서 결과적으론 어느 캐릭터도 특별히 멋있는 캐릭터는 없다. 특히 외국인 캐릭터 들의 사용면에서는 거의 교훈이 한국인은 믿지마라 수준이다. 에이헵 믿고 간 애들은 대체... 애초부터 뭐 보고 믿은 건지도 모르겠지만. 어떻게 보면 동양인 캐 두 명 빼고 벙커에서 싸웠던 애들은 너무 소모적으로 사용돼버린 것 같아 좀 불편했던 듯 싶기도 하다.
사실 에이헵도 그들하고 원래 다를 바 없이 불법체류자고 불법체류자들이 이렇게 고생합니다 하는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면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봐도 이 부분은 너무 감정선을 애매하게 건드려놓은 거 같음.
에이헵 부인이 임신한 설정 같은 건 대체 왜 끼워넣는지 모르겠다. 3/40 이거 하려고 했겠기야 한데.. 결국 그러면 또 소모적으로 쓰인 부분인거고. 또 로건 가정사는 왜 그렇게 언급해서 또 소모적으로 쓴 건지 싶어서 불편하고.
만약 여기서 여자 캐릭터를 잘 쓰려면 북한이 여자였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그래도 재밌다고 한 건 역시 특유의 긴장감은 살아있었어서. 본격적으로 싸우는 장면은 많지 않지만 그래도 긴장감 유지하는 부분들은 꽤 있었다. 장소와 소품과 상황을 통해서 인간의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마음을 끓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연출들이 꽤 보여서 그런 장면들이 연이어 나올 때마다 재미 있었다.
사실 그래서 어떤 장면들은 그 자체에서 긴장감이 있는 부분들이라 굳이 큰 화면으로 안 봐도 충분히 긴박감을 느낄 수 있을 거 같았다.
화면이 많이 흔들리는데 사실 그것도 장면 연출 중에 하나라서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ㅋㅋ 이 영화는 하정우가 아니라 이선균이 고생하는 얘기라서 그것도 뭔가 웃기고 재밌었음ㅋㅋ